어르헝은 귀화 선수로서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 또는 귀화 신청 후 귀화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전 구단의 동의로 귀화 절차 중인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는 배구연맹 규약에 따라 이날 드래프트에 나왔다.

 결국 그는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으로 페퍼 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어르헝은 194.5cm의 큰 신장으로 주목을 받으며 이번 드래프트서 강력한 1순위 후보로 꼽혔다. 우선 지명권(1명)을 지닌 페퍼 저축은행이 예상대로 어르헝을 지명하며 단숨에 높이 보강에 성공했다.

 2004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난 어르헝은 2019년 한국에 와 2021년 한국인 부모에게 입양됐다. KGC 인삼 공사의 주전 세터 염혜선(31)의 부모가 어르헝을 입양해 한국서 그는 ‘염어르헝’으로 불린다.

 문제는 어르헝이 이미 2차례 귀화 (실기) 시험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10월 초 전후로 귀화 시험이 예정돼 있지만 최악의 경우 떨어지게 된다면 언제 V리그에 데뷔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어르헝은 배구에 대한 열정이 강한 선수로 보였다. 이날 지명 소감을 밝히며 “염혜선 언니와 함께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라고 했다. 염혜선은 국가대표 세터로, 어르헝과 같은 목포여상 출신이다. 

 염혜선은 한국에서 뛰고 싶어 하는 어르헝을 위해 자신의 부모님을 설득했고,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어르헝은 오는 9∼10월 귀화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어르헝은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들이랑 학교, 배구부 친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틴 거 같아요. 저희 혜선 언니와 한국 아버지,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엄청 도와주셔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거 같아요.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요."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국 여자 배구는 귀화 선수 프로 구단 지명이 이번에 처음은 아니다. 

 중국 지린성 연길 출신의 재중동포 이영은 한국 선교사의 권유로 배구를 접해 중학교 2학년 때인 2010년 한국으로 왔다. 그는 2014-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염혜선 선수의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어르헝은 이런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깊게 새겨 꼭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따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배부른 사람 보다 배고픈 사람이 더욱더 간절하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는 게 더 빨리 다가간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